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산업현장, 농어촌, 요식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길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비자의 안정성’은 단순한 체류 허가를 넘어, 삶의 기반이자 생존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들의 체류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을까요?

1.비자의 불안정, 곧 삶의 불안정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들은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등의 비자를 통해 입국합니다. 이들 비자의 공통점은 사업장 이동 제한, 계약 연장의 불확실성, 비자 갱신의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 외국인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가 연장을 원치 않으면 비자 갱신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직장 내 불합리한 대우나 인권침해에도 참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적 한계는 단순한 체류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노동권, 안전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집니다.
🇰🇷 한국의 ‘비자 정책’, 변화가 필요한 이유
현재 정부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E-7-4R(지역특화 숙련인력)과 같은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용주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외국인을 장기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지적됩니다.
- 비자 갱신 기준이 불명확하고 불안정함
- 특정 사업장에 종속되어 직장 이동이 어려움
- 체류 기간 종료 시 귀국 압박 심화
-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뺏긴다’는 편견
이러한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일회용 인력'처럼 바라보는 시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시적으로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 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유럽의 독일, 북유럽 국가들처럼 이민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삼는 나라들은 비자 안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 일정 기간 이상 일하면 영주권 신청 가능
- 언어교육·문화통합 프로그램 의무 제공
- 직장 이동 자유 보장
- 근로자 자녀의 교육 및 복지 혜택 제공
이러한 정책은 단순히 ‘외국인에게 친절한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적 안정성 확보와 생산성 증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3.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단지 일할 수 있는 ‘비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에게도 안정적인 체류, 이직의 자유, 인간다운 삶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 비자 갱신 조건의 투명화와 예측 가능성 확보
- 직장 이동 제한 완화 또는 철폐
- 불법 체류로 이어지지 않도록 체류 연장 유도 제도 마련
- 비자와 연계된 언어·복지·법률 교육 확대
이런 구조적 변화 없이는, 한국이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는 어렵습니다.
4. 마무리하며
비자의 안정성은 단순히 외국인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됩니다.
그들은 공장에서, 식당에서, 거리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고, 숨 쉬고,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체류의 불안정’은 곧 ‘삶의 불안정’이며, 그 불안정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불안정으로 되돌아옵니다.
지금이야말로 비자 제도의 전면적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